2017.03.11 사모했던 선생님께

기록/문득 2017. 8. 21. 17:02




선생님, 잘 지내고 계세요?
선생님께 마음을 품었던게 아무 것도 모르던 중학생때 였으니 시간이 정말 많이 흘렀네요.
저, 정말 그 때는 앞뒤 안가리고 마음을 다 내비쳤던 것 같아요.
지금은 그런거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다쳤고, 변했어요.


그 때의 선생님 나이가 지나고 보니, 선생님 눈에 제가 어떻게 비춰졌을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.

선생님도 분명 저와 같은 상처를 몇번 경험 했던 상태였을텐데
아무것도 모르는, 거의 백지와 같은 아이 하나가 아무 것도 계산하지 않고 마음을 드러내는게 신기 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. 당돌해 보이기도 하셨겠죠.
그리고 또 자신은 할 수 없는 것들이니 대단하고 부럽기도 하셨을 것 같구요.
저보다 한 참 인생 선배로써, 너도 겪어보면 다 안다.
이런 것 들은 순간의 감정이다. 상처받는게 얼마나 아프고 힘든지 아느냐. 같은 말들을 한 번도 안하신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. 일명 꼰대질이라고 하죠?
제 기억이 왜곡 됐는지도 모르겠어요.
그치만 그 작았던 저를 하나의 사람으로 상대해주셨던 것 같아 그게 너무 감사해요.


그 때 선생님은 여자친구가 있으셨고, 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내내 짝사랑 했어요. 

지금은 그런 짓 절대 못해요. 결과는 뻔히 알고, 저 혹은 누군가 상처받게 되겠죠.


간간히 꾸준히 연락이 닿았던 것, 늦은 밤 한강에 데려가 주신 것,

어느날 갑자기 집 근처에서 잠깐 만났던 것, 같이 술 한잔 하고 입을 맞춘 것. 전부 생각나요.


정확히 어떤 감정이셨을지 저는 모르겠지만, 제가 짐작키로 선생님은 그냥 호기심일 뿐이었을거에요.

지금 생각하면 참 못할 짓을 했구나 싶어요. 내 남자가 그러고 다니는 걸 알면 저는 정말 많이 상처 받을 것 같거든요.
선생님의 연락에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도 그 때문 이었을 거에요.
저희 둘의 이야기를 아는 친구가 마지막 만남의 이야기를 듣더니 그러는거 아니라고 한소리 했었어요. 정말 정신이 번쩍 들더라구요.
내가 하면 로맨스, 남이 하면 불륜. 그 때 알았죠.


선생님, 기억나세요?

카페에서 이야기 하다가 나온 말이었던 것 같은데..
선생님이 보기에 저는 제 일에 미치면 남자고 뭐고 다 뒷전일 것 같다는 식의 말을 하셨었어요.


근데 저는 그 말과는 정 반대로 성장했어요.

그 때는, 이 나이쯤이면 무언가 하나는 이뤄낼거라고 생각했는데..
사랑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네요.
뭐 이것도 다 인생 수업이겠죠? 덕분에 나쁜 남자 하나는 잘 골라내거든요.


어쨌건 가끔, 그 말과 함께 선생님이 생각나요.

그래서 글을 써 봤어요.


아무것도 모르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.

사람은 상처로 성장하는게 아니라 다정함으로 성장하는게 맞대요.
상처 받기만 하면 위축되기만 할 뿐, 최대한 상처 받지 않는 쪽이 좋은게 사실이라고
최근에서야 듣게 됐네요.


저는 너무 많은걸 알아버린 것 같은 느낌이에요.

모르고 살면 편했을 것을 너무 많이 겪었어요.
때 마다 매번 다시 일어서는게 너무 버거워요.


선생님. 당신의 삶은 행복해요?

내 삶은 행복을 바라는게 사치 같아요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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